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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정리하며] 마라톤대회의 VIP

특별하게 대우해야 할 중요한 사람을 뜻하는 'VIP(Very Important Person)'
'2017 KTX광명역 통일 전국마라톤대회'가 열린 4월2일 당일. 공사현장과 빌딩 사이의 좁은 공간에 4,600여 명이 모였다. 사람들 가슴에는 자신이 뛸 거리와 참가 번호 그리고 이름이 쓰여 있는 종이가 붙어있었다.

사람들로 가득 찬 거리 중간쯤에 무대가 있었고, 그 무대에서 오전 8시경 개회식이 열렸다. 개회식이 시작되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무대 앞에 섰다. 그들 가슴에 붙은 종이에는 이름 대신 'VIP'라는 문구가 있었다.


이들 VIP 중에서도 VVIP가 있는지, 몇 명은 무대 위로 올라와 축사를 했다. 한 명의 축사가 끝나고 두 번째 축사가 이어졌다.

진행자가 축사 할 다음 사람을 소개하자, 무대 가까이 있던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들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아이~"라고 크게 말했다. 축사 문화에 익숙한 어른들은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무대 위로 올라온 VIP가 이 소리를 들었는지 "짧게 끝내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축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결코 짧진 않았다.

개회식이 끝나고 드디어 출발. 가장 먼저 하프에 참가한 선수들이 출발선에 섰다. 그러자 출발선 옆에 마련된 '출발대'라는 곳에 VIP들이 올랐다. 출발 신호와 함께 VIP들이 버튼을 누르자 도로 반대편에서 폭죽이 터졌다. 무슨 기공식처럼.


<사진 광명시청>
10분 후, 10km 참가자들이 출발할 때도 VIP들은 버튼을 눌렀고, 반대편에서 폭죽이 터졌다.

이제 VIP들도 함께 뛰는 5km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행사 진행자는 VIP들을 참가자 앞으로 안내했고, VIP들은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VIP들을 선두로 5km 참가자들이 출발했다.


출발선에서 가까운 곳에 VIP를 위한 천막이 준비돼 있었고, 5km를 뛰고 온 일부 VIP들은 누군가 가져다주는 음식을 거기서 먹었다.


누구를 위한 대회인가?


이번 마라톤 대회는 시민 세금 1억2천만 원이 투입된 전국대회다. 참가자들은 구간에 따라 적게는 10,000원에서 많게는 25,000원의 참가비를 냈다. 구간별 1, 2, 3등에게는 상품도 있었다. VIP들이 맨 앞에서 출발한 5km 구간도 마찬가지였다.


대회가 끝나고, 마라톤대회 홈페이지에는 참가자들의 불만이 올라왔다.
"13년째 달리지만 골인하고 나서 물먹기가 이렇게 힘든 건 처음이다..."

"도대체 참가자를 위하는건지? 참가자를 오지 마라는건지 왜이리 엉망으로 진행 하는가요"

"한마디로 낙제점 대회. 광명시청 단합대회 그이상도 이하도..."
물론 행사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VIP를 대접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VIP보다 중요한 건 마라톤대회 참가자다. 아무도 찾지 않는 전국대회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누가 진짜 VIP인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사진: 최심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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