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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수 김백근, 7년 동안 쌀 13톤 기부


"올해도 변함없이 함께해 주신 여러분 덕분에 어려운 이웃에게 쌀을 전달했습니다"

"공연에서 얻은 후원금으로 쌀을 구입해 전달하는 이유는, 비록 양은 많지 않지만 어려운 농민을 생각해 함께 하자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농부가수 김백근씨가 7년째 어려운 이웃에게 쌀을 기부했다. 그동안 기부한 쌀이 600포. 올해 76포를 기부하며 지금까지 기부한 쌀이 676포로 늘었다. 무게로 따지면 13톤이 넘는다. 금액으론 2천7백만원 상당한 돈이다.

그가 7년 동안 쌀을 기부한 이유는 단순하다. '어려운 농민을 생각하고, 쌀의 소중함을 되새기자'는 뜻에서다. 하지만 이 뜻에는 30년 동안 농사를 지으며 얻은 깨달음이 담겨 있다.

"처음엔 힘들었어요. 새벽에 일어나 한낮 땡볕 아래서 장화에 땀이 흥건해질 때까지 일했죠. 해 떨어지면 집에 들어와 바로 곯아떨어졌어요. 한때는 포기하고 싶고, 내가 뭐 하는 건가 회의감도 들었어요. 맨날 옷에 흙이 묻어 후줄근한 모습으로 다니니까 친구 한 명이 '왜 그러고 살어'라며 한심한듯 쳐다본 적도 있어요"

그가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30년 동안 버텨온 이유는, 이 일은 누군가 해야 할 일이고, 이 땅은 누군가 지켜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땅은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땅은 욕심을 내지 않는 한, 땀을 흘린 만큼 곡식을 줬어요. 혹독한 가뭄에도, 타들어 가는 더위에도 말이죠. 쌀은 먹거리인데, 쌀이 없으면 살 수 없는데. 사람들은 쌀이 흔하니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시작한 게 논두렁콘서트고 거기서 나온 수익금으로 쌀을 기부하게 됐어요"


그가 처음부터 콘서트를 논두렁에서 한 건 아니다. 2010년 그의 첫 콘서트는 시민회관에서 열렸다. 그때는 1집 수록곡 '쌀', '농부의 마음', '아버지와 나' 등의 노래를 통해 관객에게 쌀에 대해, 농부에 대해 이야기 했다.

"내 노래를 듣는 모든 사람이 땅의 정직함을 느꼈으면 합니다" 그 당시 관객들에게 했던 말이다.

그리고 공연 수익금으로 지역 농민들을 위해 광명농협에서 쌀을 구매해 광명시청에 전달했다. 이게 첫 단추가 되어 지금까지 쌀을 기부하고 있다.


2013년 들어 '내가 농사짓는 땅에서 콘서트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처음으로 논두렁콘서트를 시도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사람들은 그의 메시지에 귀 기울였고, 공감했다.

첫 논두렁 콘서트는 농업, 즉 먹거리가 우리의 희망이자 평화라는 뜻에서 'Ray&peace(레이 엔 피스)'라고 정했다. 두 번째 콘서트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해서 나아간다는 의미에서 'Road(로드)'로 정했다.

세 번째 콘서트는 최악의 가뭄에도 수확의 기쁨을 누리게 해준 감사의 마음을 담은 'Blessing(블래싱, 축복)'이었고, 네 번째 콘서트는 인간 때문에 아파하는 지구의 시각에서 바라보자는 'Look(룩, 보아요)'이었다.

그의 논두렁 콘서트에는 손수 농사를 지은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하늘과 땅의 고마움이 그 밑바탕에 깔려있다. 그래서일까 작년 다섯 번째 논두렁 콘서트는 하늘에 대한 찬양을 뜻하는 'Hymn(힘, 찬양)'이었다.


작년 11월 29일 그가 부시장실을 방문했다. 이춘표 부시장은 반색하며 그를 반겼다. 이날 부시장실에선 복지정책과 직원들과 광명희망나기 관계자들이 그를 기다렸다.

이 부시장은, 얼마 전 KBS아침마당에 출연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그를 광명시의 자랑이라고 치켜세웠다. 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쌀을 기부해줘서 감사하다는 말도 전했다.

김백근씨는 이날 광명농협에서 구입한 쌀 20kg 50포를 희망나기에 전달했다. 희망나기에선 이 쌀을 학온동(9포), 소하1동(18포), 소하2동(16포), 무료급식소(7포)에 전달했다.


쌀 26포는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뱃길로 1시간 30분 걸리는 풍도라는 곳에 전달했다. 평소 정말로 쌀이 필요한 곳에 전달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풍도가 그렇다는 말을 듣고 올해 처음 전달하게 됐다. 처음에는 직접 풍도에 갖다 주려 했다. 하지만 배 시간을 맞춰서 풍도에 들어가는 게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올 1월 17일(수) 광명농협에서 쌀을 싣고 대부도 주민센터에 갔다. 대부도 주민센터에는 예전 면사무소로 사용한 건물을 허물지 않고 그대로 보존해 전시관으로 꾸며놨다. 인상적이었다.


주민센터에선 윤중섭 동장과 이갑성 관광농업위원장이 김백근씨를 기다렸다. 윤 동장은 주민센터에서 주기적으로 행정선이 풍도에 들어가는데 그때 쌀을 전해주겠다고 말했다. 이어 풍도와 대부도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줬다. 고맙다는 말과 이것을 인연으로 자주 보자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농부가수 김백근씨는 매년 봄이면 씨앗을 뿌리고 농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혹독한 여름을 지나 작물을 수확하고 농사를 마무리할 때쯤 논두렁 콘서트를 연다. 그리고 논두렁 콘서트에 나온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에게 쌀을 전달하며 한 해를 마무리한다. 어떤 의식처럼 말이다. 올해는 풍도에 쌀을 전해주느라 예년에 비해 마무리가 조금 늦었다.

"논두렁콘서트에 매년 오시는 분이 있는데, 오시면 만만치 않은 금액을 후원하시는 분이 있어요. 그분은 1년 동안 저금통에 동전을 모아서 논두렁콘서트에 오기 전에 은행에서 새 지폐로 바꿔서 후원하신대요. 그분의 말씀에 가슴이 찡했어요. 아! 이런 마음을 가지신 분이 있구나... 어느 순간 이 공연의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20년 전에 저를 한심한 눈으로 바라봤던 친구가, 이제는 제 삶이 가장 부럽대요"

김백근씨는 마지막으로 젊은 시절 함께 밴드를 했던 인연으로 첫 콘서트부터 매년 논두렁콘서트에 참여한 신촌블루스 터줏대감 엄인호씨의 말을 전했다.

논두렁콘서트에서 엄인호씨를 소개하며 "형님! 다음 논두렁콘서트에 또 오시겠습니까?"라고 김백근씨가 물었는데 돌아온 답이 걸작이었다. 그의 답은

"이 땅이 있는 한 내가 와야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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