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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달동네 마지막 김장


넝쿨도서관 가는 길

'넝쿨어린이작은도서관'(이하 넝쿨도서관)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도서관이라고 해서 찾기 쉬운 곳에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꾸불꾸불 골목길과 가파른 언덕을 올라, 철산4동 광명푸르지오 25층 아파트 꼭대기와 눈높이를 같이하는 곳까지 가야 합니다.

오래되어 다른 나라 풍경처럼 보이는 2층 건물 옆, 넝쿨도서관 아이들이 그림책을 보고 직접 그렸다는, 훈장님 그림에 '넝쿨도서관 가는 길'이라는 표시가 있습니다.



넝쿨도서관 골목길에 들어서면 하늘로 이어진 하늘계단이 보이고, 마치 동화 속 오래된 성처럼 넝쿨에 감싸인 넝쿨도서관이 우뚝 서 있습니다.





사랑의 김장나눔

평소 조용한 이곳이 오늘은, 절인 배추에 양념을 넣고 있는 YMCA 등대생협 촛불 회원들 웃음소리로 시끄럽습니다.




오늘(17일 목요일)이 넝쿨도서관에서 13년째 이어오고 있는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가 열리는 날인데요. 하늘계단 아래 쌓아둔 김치를 차량에 옮기고 있던 최미자 넝쿨도서관장은 "사랑의 김장 나눔은 2004년에 시작한 전통이 있는 행사에요. 이번 김장에 쓰인 배추와 각종 양념은 촛불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마련했는데요. 오늘 만든 김치를 이 동네에 사는 어려운 이웃에게 직접 전달할 예정이에요"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가파른 경사가 진 이곳에선 손수레를 이용하는 방법도 다릅니다. 손수레를 미는 게 아니라 경사에 밀리지 않도록 막으면서 옮겨야 합니다.




오른쪽 최미자 넝쿨어린이작은도서관장


달동네의 추억


예전에 이곳은 시골에서 올라온 청년이나 집을 마련할 돈이 없던 젊은 부부들이 주로 살던 곳입니다. 

이곳을 달동네라고 부르기도 했는데요. 여기 사는 사람들이 아침 일찍 달을 보고 나갔다가 저녁 늦게 달을 보고 들어와서 달동네라는 설과, 달에 가까이 살아서 달동네라는 설이 있습니다.

우리말 연구가 배우리 씨는 '달'이 하늘에 달을 가르키는 것이 아니라 '산'이나 '땅'을 가르키는 옛말로 '달동네'는 '산 동네'를 뜻한다고 합니다. (http://namelove.com/menu6daldongne.htm) 

이런 달동네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드라마가 많은데요. 어려운 환경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송전헌의 '괭이부리말 아이들'과 달동네 재개발 열풍이 서민들에게 남긴 상처를 다룬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대표적입니다.

드라마로는 시골에서 올라온 홍식(한석규)과 춘섭(최민식)이 서울 달동네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서울의 달'이 대표적인데요. 요행을 바라는 홍식과 성실하게 살아가는 춘섭의 이야기가, 그 시대 달동네에서 살아가던 젊은이들의 희망과 좌절을 대조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라질 위기


'서울의 달' 촬영지인 약수동(신정3동)이 방송 후 재개발로 사라졌듯, 그 많던 달동네가 재개발 열풍에 사라졌는데요. 넝쿨도서관도 뉴타운 재개발 지역에 포함되며 사라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최미자 관장은 "이곳이 교통도 좋고 경치도 좋아서 고급 빌라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들었어요. 공사가 빨리 시작되면 이번 김장 나눔이 여기서 하는 마지막 김장이 될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했습니다.

이어서 최미자 관장은 "광명 YMCA생활협동조합 조합원인 우리 동네 엄마들이 힘을 모아 만든 넝쿨도서관은, 그냥 아이들이 책만 보는 곳이 아니에요.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곳이도 합니다."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때 그곳에 서서


넝쿨도서관 뒤에 텃밭과 산책로를 지나면 광명시와 서울이 한눈에 보이는 산꼭대기가 나옵니다. 함께 취재를 온 광명매일신문 이효성 국장은 "가리봉이나 구로공단에서 일하던 직공들이 공부하던 야학과 교회가 이곳에 많았다"고 설명해 줬습니다.

이곳에서 뿌옇게 보이는 한강과 63빌딩을 바라보니, 몇십 년 전 이곳에서 서울 시내를 바라보며 꿈을 키웠을 직공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넝쿨도서관의 모습이 계속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 주말 아이들과 함께 넝쿨도서관을 찾는 것은 어떨까요?

지금처럼 부모님 재산에 따라 금수저나 흙수저로 나뉘지 않고. 자신의 노력으로 꿈을 이루어 가던 시절이 있었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는 건 어떨까요?

아니면, 자식들을 위해 힘들게 살아오신 우리의 부모님들을 생각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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