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er Ads

Breaking News
recent

"죽으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어요"




청소년 수련관으로 가는 모든 길이 '4번 출구'로 향해 있었다. 바닥에도. 벽에도. 엘리베이터 앞에도.

4층 공연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교복을 입은 학생부터 머리가 하얀 어르신까지.



4번 출구의 '4'가 '죽을 사(死)'를 의미한다는 사회자의 설명과 함께 뮤지컬이 시작됐다.

'장지역 4번 출구'에 죽음을 결심한 자살카페회원들이 모였다. 이들의 표정은 슬펐고 무기력했다. 이들이 원하는 건 오직 '죽음'뿐이었다.

여기서는 이름보다 닉네임으로 불렀다. '백마탄 환자', '마녀는 외로워', '투명인간'...

이들을 여기로 오게 한 사람은 카페 운영자 '노틀담의 곱추'였다. 그는 말했다.

"지금까지 여기에 와서 살아나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러분을 가장 편안하게 죽음으로 인도하겠다."

자살이라는 증거를 남기게 유서를 쓰라는 노틀담의 곱추. 죽고 싶은 이유에 대해 적나라하고 냉정하고 차디차게 쓰라고 다그친다.

유서를 쓰기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죽음을 선택한 이유를 한 명씩 이야기했다.

(중략)




같이 눈물을 흘리며...


이들의 사연을 들으며 관객들은 조금씩 뮤지컬이라는 생소한 장르에 빠져들었다.

3번째 사연의 주인공. 49세 주부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 자기 일처럼 공감했고, 엄마를 떠올렸다.

자신의 생일 아침. 한껏 미역국을 끓이고 들떠있는 엄마. 딸에게 미역국을 먹으라고 하자 시험인데 미역국을 끓였다고 짜증이다.

바빠서 밥 먹을 시간도 없다며 화장하는데 공을 들인다. 딸은 엄마 생인인지도 모른다.

"이메일 보내는데 컴퓨터가 고장난 것 같다"는 엄마의 말에, 딸은 "엄마가 아무거나 만지니까 고장 나지" 라며 핀잔을 준다.

딸이 나가고 남편이 들어왔다. 미역국을 먹으라니, 얼큰하게 된장국을 끓이지 왠 미역국이냐며 불평이다.

혹시 저녁에 일찍 들어올 수 있냐고 물어보니, 요즘 바빠서 일찍 들어올 수 없다는 남편.

점심에 회사 근처에서 볼일이 있는데 같이 점심을 먹을 수 있냐고 물으니, 단번에 거절이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집안 살림이나 잘 하라"는 남편.

아내는 혼자 독백을 한다.
"아내는 외로우면 안 되나요"

"아내는 생일도 없어야 하나요?"

"엄마는 아이의 노예인가요"

"아내는 남편의 종인가요"

저녁이 되자 아들이 꽃다발과 선물을 들고 들어온다. 엄마는 감격하며 흘리던 눈물을 닦고 반색한다.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터졌다.

하지만 "여자친구 50일 기념 선물"이라는 아들의 말에, 다들 "에이 나쁜 놈아"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무대에 조명이 꺼지고 스포트라이트가 엄마를 향했다.

"생일축하 합니다. 생일축하 합니다....." 엄마는, 이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목소리로 혼자서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관객석에서는 자연스럽게 생일축하 노래를 따라불렀고, 같이 눈물을 흘렸다.

(중략)



죽음 그 이후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사연이 모두 끝나자. 이제 죽는 방법을 선택하는 시간. 이들은 연탄가스를 피우고 죽기로 한다. 난로가 들어오고 연탄이 피어지자. 모두 쓰러진다.

국화를 하나씩 들고 누워있는 사연의 주인공들. 하나둘 눈을 뜨며 "우리가 죽은 거냐"고 묻는다.

"우리가 죽었다고 말하자." 갑자기 절규하는 사람들.

혼자서 생일을 보낸 엄마는 "우리 아이들이 보고 싶어요"라며 자식 이름을 한 명씩 부른다.

다른 사연의 주인공들도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

누군가 "죽으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라며 슬퍼한다.

(중략)


그리고 마지막 엔딩송이 나왔다.
"이제 우리 서로의 손 맞잡고 아픔 맘 이겨내며 함께 살아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주위를 둘러봐요. 누군가 반드시 그대 손 잡아줄 테니."

"이세상 하늘이 주신 선물...."

이렇게 광명시 보건소와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준비한, 정신건강연극제 “뮤지컬 4번 출구”는 성황리에 마무리 했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생략했습니다.)

Powered by Blogger.